지난 포스트: [스스챌 도전기] 03. CBL을 해보자 – 1
지난 글에서 CBL의 Investigate 중 Activities and Resources까지 진행하였다.
나는 ‘자폐 스펙트럼의 과감각‘을 Big Idea로 설정하여 “비장애인들이 자폐 스펙트럼의 ‘과감각’이 무엇인지, 왜 이 증상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분들에게 고통스러운지 이해하게 하자.”라는 Challenge Statement를 정해 Investigate 단계를 진행하였고, 여기서 나온 다양한 궁금증들을 인터넷 자료조사, 설문, 나의 경험, 그리고 레퍼런스 리서치를 통해 해결하였다.

Investigate
위의 이미지처럼 CBL은 3개의 큰 단계로 구분되고, 나는 현재 그 중 Investigate을 진행중이다. 이제 위에서 조사한 Activities and Resources를 바탕으로 Synthesis를 진행해야 한다.
Synthesis
Synthesis는 Investigate 단계의 마지막에, 모든 조사·연구 결과를 묶어서 의미 있는 결론과 통찰로 정리하고 실제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파트에서는 Guiding Questions에서 나왔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한곳에 모아 정리하고, Activities and Resources를 통해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Act단계에 가기 전 모든 인사이트를 정리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턴’을 찾는 것이다. 패턴이라 하면 그저 ‘반복’에 가까운 용어이지만 여기서의 패턴은 일정한 경향성을 찾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인사이트와 경험일지라도 그것이 가리키는 원인이 한 곳으로 모인다면 그것이 패턴이다.
그리고 이 인사이트와 패턴을 바탕으로 프로덕트를 설계하고 구현해야 한다.
내가 알고자 했던 사항은 크게 3가지이다.
‘과감각이라는 증상에 대해’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는 무엇을 바라는가?’
‘과감각을 어떻게 앱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과감각이라는 증상에 대해
과감각은 이전 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일반인과 다르게 감각을 받아들이는 증상이다. 과감각과 저감각이 있고, 여기서도 시각/청각/촉각/후각 등 다양한 형태로 증상이 발현된다. 내가 이번 앱에서 집중하고자 하는 증상은 ‘청각 과감각’이다.
‘청각 과감각’의 원리 자체는 복합적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과감각’이 치료 가능한지, 이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과감각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인지이다.
우선 과감각이 ‘치료’가 가능한 증상은 아니다. 다만 점진적으로 익숙해지고 개선은 가능하다. 마치 누군가 때렸을 때 ‘아프다’라는 통증은 치료가 가능한 현상은 아니지만, 자주 그 통증을 느끼다보면 익숙해질 수 있는 것과 같다. 과감각 또한 이것 자체는 현상이고, 익숙해지더라도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참고 견디게 되는 것이다.
과감각을 가진다는 것이 사실 상상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가장 큰 특징은 일상적인 소리도 고통스러운 소리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박수소리나 길거리의 차량 소리 등이 과감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마치 우리가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가 나듯이 고통스러운 소리로 들린다. 단순히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를 넘어서, 고통스러운 소리로 들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감각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소리로 인해 고통스러운 경우 어떻게 되는가? 많은 경우, 특히 아직 둔감화 훈련이 덜 된 아이들의 경우 즉각적인 거부/방어 반응이 나온다. 가벼운 경우에는 귀를 막고 “아-“하며 소리를 내는 경우부터 바닥에 주저 앉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까지 있다.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하며 담당하였던 A군의 경우가 폭력을 행사하는 케이스였다)
이러한 증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칠판을 바로 옆에서 계속하여 긁는다고 상상해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이처럼 자극이 되어 각성상태가 된 경우에는 이성적으로 말을 하기보다 즉각적인 반응이 더 나오게 된다.
과감각을 가진 사람들마다도 싫어하는 소리나 좋아하는 소리가 다 다르다. 하지만 대체로 음악소리나 박수소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편이다.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는 무엇을 바라는가?
상담사,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아이가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것에 대해 무조건적인 이해와 공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이것이 고의적인 샤우팅이나, 악의적인 이유로 나오는 행동이 아닌 고통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방어 반응이 나온다는 것만이라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특히, 많은 응답자분들께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주는 것’을 가장 고마운 반응으로 여겨주셨다. 아이가 간혹 길을 가다 과감각으로 인해 바닥에 드러눕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해도 안좋은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이해하고 평범하게 대해주시는 것에 대해 가장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결국 내가 해야할 것도 같은 맥락인 듯 하다.
앱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이나 동정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떠한 특성이고 어떠한 느낌인지 알도록 하는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듯 하다.
하지만, 그 한가지를 잘 해내는게 가장 큰 미션이다.
과감각을 어떻게 앱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자료 조사를 하며 느낀 것은 과감각으로 인한 ‘고통’을 표현하고자 한 경우. 즉 과감각이라는 증상 자체를 전달하는 방식은 직관적이고 깊게 들어오지만, 한편으로는 경험이 좋지 못하다. 게임을 하거나, 앱을 이용하거나, 영상을 보거나 어떠한 케이스이던지 관계 없이 거부감을 일으킨다.
물론, 이 거부감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이 그 제작자의 의도이니 괜찮다. 과감각으로 인한 고통을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거부감과 고통이 과감각을 가진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야 할 앱에서는 ‘거부감’과 ‘고통’이 최소화되어야 했다. 가장 먼저 이 앱은 성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초등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Swift Student Challenge에 출품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직관적이지만 불쾌감을 느끼는 방식보다는 간접적이지만 깊은 경험을 주는 앱이 더 적절한 방향성이라 생각한다.
이 때 가장 큰 인사이트가 된 게임이 스팀의 and Roger 라는 게임이었다.

and Roger는 알츠하이머를 테마로 하여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 상실과 혼란, 두려움 등을 표현한 게임이다. 가장 큰 특징은 알츠하이머라는 증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게임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혼란스러움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의 게임 화면에서 여러개의 동그라미 버튼이 있고 단 3개의 버튼만이 진짜 버튼이다.
각 3개의 버튼은
- 숟가락 들기/놓기
- 음식 푸는 동작
- 음식을 입에 넣는 동작
에 대응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숟가락을 드는 버튼’을 누르고 ‘음식을 푸는 동작’을 하는 버튼을 누르고 ‘음식을 입에 넣는 동작’을 하는 버튼을 눌러야 한 입을 식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해 음식을 여러 입을 먹어야 한다.
문제는, 어떠한 버튼에도 이 버튼이 어떤 버튼인지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계속 버튼을 다양하게 눌러보며 직접 버튼이 어떤 역할인지 파악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정답을 정확한 순서로 해야한다. 그리고 한 입을 먹으면 다시 버튼이 리셋된다.
나는 정신이 혼란스럽고 내 몸이 내 몸같지 않은 상황, 헷갈리는 상황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했다 느꼈다.
이 게임에서는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것과 스토리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행동’을 복잡하게 표현하여 누군가에게는 이것조차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매우 잘 표현했다.
나는 이곳에서 큰 인사이트를 얻었다.
결국 과감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 나는 직접 ‘이 아이들이 고통받아’, 혹은 ‘고통이 이 느낌이야’라고 알려주는 것 보다,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우리가 하는 일상적인 행동들을 동일하게 하지만, 이것이 이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이고 어떠한 혼란일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앱 디자인 목표
Synthesis 단계는 실제 앱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포함하지만, 앱 설계와 디자인, 구현 등의 단계는 추후 다른 포스트에서 다룰 예정이고 기간이 오래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 포스트에서는 위의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앱 디자인 목표’를 최종으로 정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결국 내가 최종적으로 앱을 통해서 전달해야하는 메세지와,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과감각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경험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하도록 한다.
- ‘고통’이라는 감각이 아닌, 일상생활의 ‘어려움’이라는 경험에 포커스를 맞추어 앱을 설계한다.
- 과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하는 반응들을 유저가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 단순히 게임으로 끝나지 않고, 과감각이 어떠한 것인지, 왜 나타나는 것인지 등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 과감각을 가져 반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알려준다.
- 앱 이용 경험이 ‘불쾌함’ 혹은 ‘무서움’이 되지 않도록 한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렇게 정리한 디자인 목표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앱의 디자인 컨셉(UI적)과 유저의 앱 이용 프로세스를 정리하고자 한다.